2편: 배양액(양액)의 종류와 실패 없는 선택법
수경재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은 "도대체 식물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입니다. 흙에서 키울 때는 분갈이 흙에 포함된 영양분이나 알비료로 충분했지만, 수경재배는 오직 '물'에 섞인 영양분에만 의존합니다. 이 영양액을 우리는 '양액(Nutrient Solution)'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제가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양액 선택법과 관리 노하우를 공유해 드릴게요.
1) 양액, 왜 일반 비료와 다를까?
흔히 화분용으로 파는 '초록색 액비'를 물에 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일반 토양용 비료는 흙 속의 미생물이 분해해 주어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유기질 형태가 많지만, 수경재배용 양액은 식물이 즉각 흡수할 수 있는 '무기염류' 상태로 제조됩니다.
수경재배 전용 양액을 쓰지 않으면 물속에서 영양분이 흡수되지 못한 채 부패하거나, 특정 성분이 부족해 잎이 노랗게 변하는 결핍 현상을 겪게 됩니다. 반드시 '수경재배 전용' 타이틀을 확인하세요.
2) A제와 B제, 왜 나누어 놓았을까?
수경재배 양액을 구매해 보면 보통 용기가 두 개(A액, B액)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냥 하나로 합쳐서 팔면 편할 텐데 왜 번거롭게 나눴을까?" 저도 처음엔 이게 의문이었죠.
이유는 '침전 현상' 때문입니다. 고농축 상태에서 칼슘(A제에 주로 포함)과 인산/황산(B제에 주로 포함)이 만나면 서로 결합하여 돌처럼 딱딱한 앙금이 생깁니다. 이렇게 굳어버린 영양소는 식물이 흡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용할 때는 물에 A제를 먼저 타서 완전히 섞은 뒤, 그다음에 B제를 타는 것이 정석입니다.
3) 초보자를 위한 양액 선택 가이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고려해 보세요.
범용 양액 선택: 처음부터 딸기용, 토마토용 등 전용 제품을 사기보다 상추나 허브 등 모든 채소에 두루 쓰이는 '엽채류용' 범용 양액을 추천합니다.
가루보다는 액상: 가루형이 보관과 가격 면에서 유리하지만, 물에 녹이는 과정에서 농도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이미 녹아있는 액상 형태가 훨씬 정확하고 편리합니다.
희석 배수 확인: 보통 500배에서 1,000배로 희석합니다. (예: 물 1L에 양액 1~2ml) 농도가 너무 진하면 '비료 장애'로 식물이 타 죽을 수 있으니, "약간 모자란 듯하게" 주는 것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4) 제가 겪었던 양액 관리 실수담
제가 처음 수경재배를 할 때, 더 빨리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양액을 권장량보다 두 배 넘게 넣은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죠. 식물 잎 끝이 검게 타들어가더니 며칠 만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식물은 삼투압 현상 때문에 물속 농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뿌리에서 물을 빼앗겨 버립니다.
또한, 양액을 섞은 물이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녹조'**가 생깁니다. 영양분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이끼가 자라기 최적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죠. 양액을 담는 수조는 반드시 불투명한 용기를 사용하거나 검은 시트지로 빛을 차단해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핵심 요약
수경재배에는 미생물 분해가 필요 없는 '수경재배 전용 무기 양액'을 반드시 사용해야 합니다.
A제와 B제는 농축 상태에서 섞이면 굳어버리므로, 물에 희석할 때 각각 따로 넣어 섞어줍니다.
과유불급! 진한 농도는 식물을 죽게 하므로 정해진 희석 배수를 지키고 녹조 예방을 위해 빛을 차단하세요.
다음 편 예고
이제 식물의 밥(양액)을 준비했으니, 식물이 살 집을 마련할 차례입니다. 3편: 아파트 베란다 가성비 수경재배 장비 구축하기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주변 물건을 활용해 재배 시스템을 만드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사용자님은 혹시 수경재배를 한다면 상추 같은 잎채소와 방울토마토 같은 열매채소 중 어떤 것을 먼저 키워보고 싶으신가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