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민트·파슬리·고수 수경재배 — 요리용 허브 4종 실전 가이드

요리를 하다 보면 허브가 애매하게 남습니다. 파스타 한 접시에 바질 잎 대여섯 장이 필요한데, 마트에서 파는 건 한 팩 단위입니다. 며칠 쓰다 보면 나머지는 냉장고 안에서 검게 변해 있습니다. 저도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베란다 한쪽에 수경재배 통을 놓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브는 수경재배로 시작하기에 가장 만만한 작물입니다. 열매를 맺힐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방울토마토나 딸기는 꽃이 피고 수정이 되고 열매가 익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허브는 잎만 나면 그 순간부터 수확입니다. 뿌리가 물에 잠겨 있는 환경을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고, 성장 속도가 빨라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비용이 적습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만 따서 쓸 수 있으니 버리는 양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길러본 바질, 민트, 파슬리, 고수 네 가지를 각각의 성격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네 종류 모두 같은 방식으로 기르면 안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아하는 온도가 다르고, 관리 포인트가 다릅니다.

허브 4종 한눈에 비교

허브 난이도 발아 기간 선호 온도 첫 수확 시기
바질 쉬움 5~10일 20~28도 (고온 선호) 파종 후 4~6주
민트 매우 쉬움 씨앗 12~20일 / 삽목 즉시 18~25도 삽목 후 3~4주
파슬리 보통 (발아가 관건) 14~28일 15~22도 파종 후 8~10주
고수 보통 7~14일 15~22도 (서늘함 선호) 파종 후 4~5주

바질 — 따뜻하게, 그리고 계속 잘라주기

난이도와 광량

난이도는 쉬운 편입니다. 하루 12~14시간 정도 빛을 받게 해주는 것이 좋고, LED 식물등이라면 잎끝에서 20~30cm 거리를 유지합니다. 빛이 부족하면 줄기만 길쭉하게 웃자라면서 잎이 작아집니다. 바질은 웃자람이 눈에 아주 잘 보이는 작물이라, 오히려 초보자에게 광량 감각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역할을 합니다.

특징

바질은 따뜻한 것을 좋아합니다. 20도 아래로 떨어지면 성장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15도 이하가 며칠 이어지면 잎이 검게 변하며 상합니다. 겨울철 창가는 낮에는 따뜻해도 밤에 급격히 식기 때문에, 창문에서 조금 떨어진 안쪽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관리 포인트 — 순치기

바질을 기르는 재미의 90%는 순치기에 있습니다. 본잎이 3~4쌍 정도 올라왔을 때 맨 위 순을 잘라냅니다. 그러면 그 아래 마디에서 곁가지가 두 갈래로 갈라져 나옵니다. 그 곁가지가 다시 3~4쌍이 되면 또 잘라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한 포기가 위로 길쭉하게 자라는 대신 옆으로 풍성하게 퍼지면서 수확량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 자를 때는 마디 바로 위를 자릅니다. 마디 사이 중간을 자르면 남은 줄기가 말라 들어갑니다.
  • 잘라낸 순은 버리지 말고 물컵에 꽂아두면 1~2주 뒤 뿌리가 납니다. 그대로 새 포기가 됩니다.

꽃대는 보이는 즉시 제거

줄기 끝에 뾰족한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로 따내십시오. 바질은 꽃을 피우는 순간 잎에 가던 에너지를 씨앗 만드는 쪽으로 돌립니다. 잎이 두꺼워지고 질겨지며 향도 쓴맛 쪽으로 변합니다. 꽃대를 부지런히 제거하면 한 포기로 몇 달을 계속 수확할 수 있습니다.

민트 — 너무 잘 자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난이도와 광량

네 종류 중 가장 쉽습니다. 광량도 관대해서 하루 10시간 정도, 밝은 창가 수준이면 충분히 자랍니다. 반그늘에서도 죽지 않습니다.

특징 — 반드시 단독 재배

민트에 대해 딱 하나만 기억하셔야 한다면 이겁니다. 민트는 다른 허브와 같은 통에 심지 마십시오. 민트의 뿌리는 상상 이상으로 왕성하게 뻗어서, 몇 주만 지나면 같은 수조 안의 양액을 독차지하고 다른 허브의 뿌리 공간을 밀어냅니다. 저는 바질과 민트를 한 통에 심었다가 바질이 시들해지는 걸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뿌리를 꺼내보니 민트 뿌리가 바질 뿌리를 감고 있었습니다. 민트는 혼자 쓰는 통을 따로 주십시오.

관리 포인트 — 물만으로도 됩니다

민트는 양액 없이 맹물만으로도 상당 기간 살아갑니다. 마트에서 산 민트 줄기를 물컵에 꽂아두기만 해도 뿌리가 나고 잎이 계속 나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잎이 얇아지고 향이 옅어지니, 잘 기르고 싶다면 아주 옅은 양액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일단 뭐라도 성공시켜보고 싶다"는 분께 첫 작물로 민트를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패하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물갈이는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왕성한 만큼 물을 빨리 더럽히고, 방치하면 물이 탁해지며 뿌리가 물러 냄새가 납니다.

파슬리 — 기다림이 전부인 작물

난이도와 광량

기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발아 단계에서 대부분 포기합니다. 파슬리 씨앗은 발아에 2주에서 4주까지 걸립니다. 바질이 닷새 만에 싹을 틔우는 걸 본 뒤라면 파슬리 파종판은 그냥 흙만 담긴 상자처럼 보입니다. 씨앗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갈아엎기 딱 좋은 시점이 파종 후 10일쯤입니다. 그때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관리 포인트

  • 발아 기간 동안 스펀지나 배지가 절대 마르지 않게 유지합니다. 중간에 한 번 바짝 마르면 그 씨앗은 그걸로 끝입니다.
  • 파종 전 씨앗을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8~12시간) 담가두면 발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파슬리 씨앗 껍질에 발아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물에 불리는 과정이 그걸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 서늘한 편을 좋아합니다. 여름철 더운 실내에서는 성장이 정체됩니다.

대신 한번 자리를 잡으면 파슬리는 굉장히 오래 갑니다. 겉잎부터 하나씩 따서 쓰면 몇 달을 계속 수확할 수 있습니다. 초반 인내가 후반의 보상으로 돌아오는 작물입니다.

고수 — 서늘하게, 그리고 빨리 먹기

난이도와 광량

발아는 무난한데 수명이 짧습니다. 하루 10~12시간 빛이면 충분하고, 오히려 너무 강한 빛과 높은 온도가 독이 됩니다.

특징 — 추대가 빠릅니다

고수의 최대 난관은 추대(꽃대가 올라오는 현상)입니다. 온도가 25도를 넘어가는 날이 이어지면 고수는 "이제 씨앗을 남기고 죽어야 할 때"라고 판단합니다. 줄기가 갑자기 위로 쭉 뻗고, 잎 모양이 우리가 아는 둥근 형태에서 가늘고 깃털 같은 형태로 바뀝니다. 이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 향도 달라지고, 사실상 잎 수확은 끝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관리 포인트

  • 여름에는 고수를 억지로 기르려 하지 마십시오. 봄과 가을이 제철입니다. 에어컨이 도는 실내라면 여름에도 가능합니다.
  • 고수는 순차 파종이 답입니다. 한 번에 다 심지 말고, 2~3주 간격으로 조금씩 나눠 심으면 추대가 오더라도 다음 포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 추대가 시작되면 미련 갖지 말고 뽑아내고 새로 심는 편이 낫습니다. 대신 꽃을 그대로 두면 씨앗(고수씨, 코리앤더)을 얻을 수 있으니, 향신료로 쓰실 분은 남겨두셔도 좋습니다.

4종 공통 관리 —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광량

허브는 잎을 먹는 작물이므로 빛이 부족하면 바로 티가 납니다. 줄기 마디 사이가 길어지고, 색이 연해지고, 향이 옅어집니다. 향이 약하다는 건 대부분 빛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창가만으로 기르실 거라면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이 드는 남향 창이어야 하고, 그게 아니면 식물등을 쓰시는 편이 훨씬 결과가 좋습니다.

양액 농도 — 잎채소보다 옅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여기 있습니다. 상추나 청경채 기르던 농도를 그대로 허브에 적용하면 진합니다. 허브는 잎채소보다 한 단계 옅은 농도를 좋아합니다. 대략 잎채소 권장 농도의 60~70% 수준에서 시작해서, 잎 상태를 보며 조금씩 조절하시면 됩니다.

농도가 진하면 잎끝이 타들어가듯 갈색으로 마르고, 뿌리가 갈변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양액이 너무 진하면 잎은 커지는데 향은 오히려 약해집니다. 허브의 향 성분은 식물이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크고 싱거운 잎보다 작고 향 진한 잎이 목적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수확은 위에서부터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큰 잎부터 골라 따는 것입니다. 아래쪽에 잘 자란 큰 잎이 탐스러워 보이니 그것부터 뜯게 되는데, 그러면 식물은 계속 위로만 자라면서 아랫줄기가 앙상해집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바질과 민트는 위에서부터, 줄기 끝의 순을 잘라냅니다. 자를수록 곁가지가 늘어 풍성해집니다.
  2. 파슬리는 예외적으로 바깥쪽 오래된 줄기를 밑동에서 잘라냅니다. 새순은 항상 가운데에서 나오므로 중심부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3. 고수도 바깥쪽 줄기부터 밑동을 자릅니다.
  4. 한 번에 전체의 3분의 1 이상은 따지 마십시오. 잎을 다 뺏기면 회복이 느려집니다.

수확 후 보관법

수경재배의 가장 큰 장점은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따서 바로 쓰면 그게 최상입니다. 그래도 한 번에 많이 수확했다면 이렇게 보관합니다.

  • 바질은 냉장고에 넣지 마십시오. 5도 이하에서 잎이 검게 변합니다. 줄기를 물컵에 꽂아 실온 그늘에 두면 일주일은 갑니다. 오래 두려면 잎을 올리브유와 함께 갈아 얼음틀에 얼립니다. 필요할 때 한 칸씩 꺼내 쓰면 됩니다.
  • 민트와 파슬리는 살짝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 밀폐용기에 넣고 냉장 보관합니다. 1~2주 갑니다.
  • 고수는 가장 빨리 무릅니다. 줄기를 물에 담그고 잎 부분에 비닐봉지를 씌워 냉장고에 세워두면 그나마 오래 갑니다. 그래도 며칠 안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말리는 방법은 파슬리와 민트에만 권합니다. 바질과 고수는 건조하면 향의 상당 부분이 날아가서, 마른 것을 쓸 바에는 안 넣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트에서 산 허브 줄기를 물에 꽂으면 뿌리가 나나요?

민트와 바질은 잘 납니다. 잎이 붙어 있는 마디 아래로 줄기를 자르고, 물에 잠기는 부분의 잎은 떼어냅니다. 물은 이틀에 한 번 갈아주고, 밝지만 직사광이 닿지 않는 곳에 둡니다. 1~2주면 하얀 뿌리가 나옵니다. 뿌리가 3~5cm 자라면 수경재배 통으로 옮기시면 됩니다. 반면 파슬리와 고수는 삽목으로 잘 뿌리내리지 않으니, 이 둘은 씨앗부터 시작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바질 잎이 노랗게 변하는데 왜 그런가요?

원인이 여러 가지라 위치를 보셔야 합니다. 아래쪽 오래된 잎부터 노래지면 대개 양분 부족입니다. 양액을 갈아줄 때가 된 것입니다. 잎 전체가 고르게 노래지고 성장이 멈췄다면 뿌리 문제일 확률이 높으니 뿌리를 꺼내 보십시오. 하얗거나 연한 크림색이면 정상이고, 갈색으로 물러 있고 냄새가 나면 산소 부족입니다. 에어펌프를 돌리거나 수위를 낮춰 뿌리 윗부분이 공기에 닿게 해주십시오. 잎끝만 갈색으로 타듯 마른다면 양액이 진한 것입니다.

네 가지를 한 통에서 같이 길러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민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뿌리가 다른 허브를 압도합니다. 둘째, 선호 온도가 갈립니다. 바질은 25도 안팎을 좋아하고 고수와 파슬리는 20도 아래를 좋아합니다. 한 공간에서 온도를 맞추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됩니다. 굳이 묶으신다면 파슬리와 고수를 한 통에, 바질을 따로, 민트를 따로가 현실적인 조합입니다.

마무리 — 실패는 대체로 세 가지에서 옵니다

제가 허브를 기르며 실패했던 경우를 되짚어보면 원인이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 빛이 부족했다. 실내 조명만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웃자란 줄기와 향 없는 잎이 결과였습니다.
  • 양액이 진했다. 많이 주면 잘 자랄 거라는 생각으로 농도를 올렸고, 잎끝이 타들어갔습니다.
  • 안 잘랐다. 아까워서 수확을 미루다 보니 바질은 꽃을 피워버렸고, 고수는 추대해버렸습니다. 허브는 자를수록 잘 자랍니다. 아끼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첫 시도라면 민트 한 포기를 물컵에 꽂는 것부터 시작해보십시오. 뿌리가 나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나머지 셋은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 파스타를 만들다가 손을 뻗어 바질 잎을 두 장 따서 올리는 순간이 오면, 그때 이 취미가 왜 계속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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